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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로 기자단] 독일의 이민자통합 정책, 독일어만 배워준다면

복지로 2013. 10. 23. 18:32
독일의 이민자통합 정책, 독일어만 배워준다면

 

지난 4월 메르겔 앙겔라 총리는 "Deutschland muss Integrationsland werden"(독일은 이민자 통합국이 되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동안 60년 이상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주해온 독일이지만, 이민국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외국인에 대한 통합노력이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8200만 전체인구의 20%가 이민자 배경을 가질 정도로 그 숫자가 증가하자, 결국 2005년 ‘이민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본격적으로 사회통합 노력에 힘쓰고 2010년엔 이민자 통합정책에 2억 2000여만 유로를 투입할 정도로 실질적인 이민국 체제에 들어섰다.



외국인들이 먼저 자신의 복지를 요구하고 찾으려면 말과 문서가 필요하다. 특히 독일에서는 모든 ‘행정절차의 서류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문서의 교류가 빈번하다. 독일어를 구사하지 못하면, 난무하는 행정서류에 파묻혀 독일에서의 생존이 더욱 어렵게 된다. 결국 언어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대목이다. 사실 이는 독일정부에서도 강조한 점이다. 독일정부가 외국인을 무조건 끌어안으려는 노력을 하기에 앞서 먼저 이민자들 스스로 독일어를 습득하는 것이 필수라는 조건을 내세웠다. 물론 그에 따른 제반비용의 대부분은 독일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나섰다.


어느 나라에 가건 그 나라의 언어에 스며들지 않고서는 노동시장 진입도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기에 독일의 이민자 통합정책의 큰 골자는 이민자의 독일어 동화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이민자 복지정책의 일환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그렇다면 외국인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언어습득 통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크게 두 가지로 대별되는데 어른을 위한 언어코스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하는 자녀들에 대한 코스를 들 수 있다.


성인코스는 주로 국가가 운영하는 시민학교(Volkshochschule)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독일에서 최초의 시민학교는 1902년 1월 13일에 건립되었다. 전 독일에 2380군데의 시민학교가 있고 205929개의 코스가 있을 정도로 활성화된 교육 관련 공공기관이다. 독일의 성인교육은 이러한 공립 시민학교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 인터그라치온스 코스(Intergrationskurs/이민자 통합코스)

결혼 이민자 가정이나 EU국가, 정치망명자, 기타 여러 이유 등으로 이주한 외국인들이 활용할 수 있는 언어코스이다. 이 코스는 가장 기초단계인 A1에서 중급과정 입문인 B1까지 가능하며, B1 과정을 마치고 시험에 통과되면 오리엔티어룽스 코스(Orientierungskur)에 수강 가능하다. 오리엔티어룽스 코스는 독일의 정치, 문화, 사회 전반에 걸쳐 배울 수 있는 과정이다. 600시간의 인터그라치온스 코스와 60시간의 오리엔티어룽스 코스를 마치면 수료증을 받아 일자리 등에 지원을 할 수 있다. 외국인이 일자리를 얻으려면 최소한 B1 언어시험 수료증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코스는 시간당 1.20유로의 수강료를 받지만 아래와 같은 경우는 면제를 받을 수 있다. 1) 실업급여Ⅱ를 받는 경우 2) 저소득자 보조금 3) 저소득자 임대보조금 4) 아동추가수당 수여자 5) 난민신청자 6) 어린이집 수당 면제자



2. 무터코스/엘터른코스(Mutterkurs/Elternkurs(어머니코스/부모코스))

어머니코스와 부모코스는 독일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인을 위한 언어코스로, 이 또한 공립 시민학교에서 관할한다. 교육장소는 유치원이나 학교 등을 빌려서 하는 경우도 있다. 자녀가 있는 외국인 부모에게 해당되며, 일 주일에 세 번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눠져 있다. 베를린에서는 각 지역마다 어머니코스와 부모코스가 개설되어 있으며, 수강료도 저렴하다. 베를린 쇠네베르그 지역의 경우 약 세 달 동안의 수강료가 25유로 정도이다. 이 또한 실업급여 대상자나 영세민의 경우에는 그에 따른 서류 제출 후 무료로 수강이 가능하다. 물론 이러한 수강자들은 수업에 빠짐없이 참여해야 하는 강제성이 따른다. 


어머니코스에는 어린 아이의 경우 탁아서비스도 마련되어 있다. 유치원을 다니지 않은 어린아기 부모의 경우 관청에서 파견된 보모가 어머니가 언어를 배우는 동안 아이를 돌보아준다. 또한 15유로에 달하는 언어교재를 무상으로 제공받는다. 성인코스와 함께 자녀를 위한 코스도 다양한다. 독일에서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이민자 출신 자녀의 유치원 등록이 85.7%에 달하고 있다. 독일 정부의 이민자 출신자녀를 위한 독일어 교육 예산도 아낌없이 투입한다. 현재 베를린의 학생들 중 26%가 이민자 배경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베를린의 예를 들면 이민자 배경의 자녀들을 위한 언어 교육에 정열을 쏟는다.



자녀를 위한 코스는 각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관할한다. 학교장의 통솔 아래 독일어의 습득이 필요한 이주민 아이들의 경우 정규수업 이외에 별도의 독일어 수업시간을 제공받는다.


그중 DaZ(Deutsch als Zweitsprache)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예이다. 2001년 11월부터 시행된 DaZ 프로젝트는 만 6세부터 10세까지 1단계 학습과정과 11세-15세까지의 2단계 학습과정이 있다.


통상 학교 1교시 수업이 오전 8시에 시작하지만, 이민자 자녀를 위한 독일어 수업은 그 이전에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일 주일에 2번 정도 열리는 이 수업에 참여자는 7시까지 학교에 등교하게 된다. 수업의 내용은 놀이 중심으로 펼쳐지며, 다양한 국적을 가진 아이들과의 소통을 통해 독일어 적응능력을 고취시킨다.


보통 독일 초등학교의 경우 3학년부터 성적을 평가한다. 하지만 이민자 자녀의 경우 6개월-1년 정도 성적을 매기지 않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즉 독일어 실력을 보통 독일 아이들과 평균적으로 매길 수 없는 난점이 있기에 배려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물론 고학년의 경우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불가피하게 성적을 매겨야 하는 경우는 다르다. 학기당 평가되는 성적표에는 DaZ 수업에 대한 선생님의 소견도 함께 서술, 첨가된다. 학습능력에 따라 3개월에서 1년 정도를 별도의 수업시간을 가진 후 어느 정도 독일어 실력을 평가해 다음 학기에는 DaZ 수업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DaZ 프로젝트의 교육원칙

- 긍정적인 수업 분위기 조성

- 매력적이고 동기부여를 심어주는 수업

- 학생간 소통과 능동적인 수업참여 유도

- 서로 다른 삶의 상황 즉, 이민자, 인종차별문제, 소수자, 종교의 차이 등을 인정하는 교육이다.


즉 수치상 드러나는 결과물보다는 이민자 학생 스스로의 사회성과 배움에 대한 동기 부여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외에도 학교에서는 다양한 언어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Signal Projekt 또한 2학년에서 4학년 사이의 이민자 배경을 지닌 아이들을 중심으로 읽기, 쓰기, 말하기를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모든 프로그램은 무상으로 이루어진다.



독일은 2003년 PISA(OECD 국가들의 학생 학습능력 평가시험) 평가에서 다른 국가에 비해 하위그룹을 기록해 그해 ‘피사쇼크’라는 유행어가 번질 정도였다. 이러한 시험결과에 대해 교육 전문가들은 낮은 교육열을 지닌 이민자의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민자 배경을 지닌 학생들의 독일어 습득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생겨났고, 전일제 학교가 태동하는 동기가 되었다.


독일정부가 언어 동화정책을 통해 이민자 통합을 이루고자 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뼈 속 깊이 독일어를 받아들이기엔 역부족인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이민자 언어교육에 정열을 쏟는 것은 다소 고무적이다.하지만 이민자로서 아쉬운 것은 ‘독일에서 살아남으려면 독일어를 배워라’라는, 다른 눈높이에서 보면 강제성을 띌 수 있는 탓에 또다른 인종차별의 행태가 될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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