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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로 기자단] 미국의 장애인 복지 : 진정한 복지는 장애를 보는 시선에서

복지로 2013. 12. 11. 11:37

미국의 장애인 복지 : 진정한 복지는 장애를 보는 시선에서


안녕하세요. 오늘은 미국의 장애인 복지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네요. 생각해 보니 별로 아는 게 없어요. 그렇다고 한국의 장애인 복지에 대해서는 더 모릅니다. 이건 이유를 조금 알겠습니다. 무지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자라면서 만난 사람들 중에는 장애를 가진 분이 없었습니다. 같은 동네에 살고 계시던 청각장애를 가진 아저씨 한 분이 유일했어요. 하지만, 아저씨는 입 모양을 읽을 줄 아셨기 때문에 얼굴만 보면 불편함 없이 대화를 하셨습니다. 아저씨는 제게 장애인이 아니라 동네 아저씨였습니다. 고등학생이 돼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사촌언니 차를 탔다가, 잠시 지체 장애인 시설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운동장에서 언니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쉬는시간인지 장애인들이 건물에서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중 몇몇이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제가 타고 있던 차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죠. 그 순간 제가 느낀 건 두려움이었습니다. 얼굴 표정과 걷는 모습이 다른, 아마도 제 또래였을 친구들을 보며 저는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살아오면서 이 이야기를 해 본 적도 할 기회도 없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생겼네요.


그러다 대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외국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얼마간 호주에서 지내면서 받은 단 한 가지의 문화충격은 거리에서 장애인을 쉽게 볼 수 있고,정차했을 때 퓨숙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차체가 기울어지는 버스를 봤을 때입니다. 기울어지다 못해 휠체어가 올라탈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일분도 채 안되는 시간만 기다리면 차는 다시 다음 역을 향하여 출발했습니다. 기차도 정차역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대기하고 있을 때 직원이 내려 바닥에 판을 대주면,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틈을 가뿐히 넘어 또 한 명의 손님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막21세기가 되었을 때라 한국에 그런 버스가 들어오기 직전이었거든요. 그 때 알았습니다. 이 세상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한국에도 이렇게 많겠구나. 단지 나오지 않는 거겠구나. 아니 불편해서 나오지 못하는 거겠구나.


사진 출처: http://www.scania.com.au/


그리고 시간이 흘러 21세기의 절반을 미국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왜 미국의 장애인 복지에 대해잘 모를까 생각해 봤습니다. 미국 장애인 복지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조금 다른 이유에서인 것 같습니다.자연스러워서요. 예를 들어 경기불황이 와서 실업률이 오르고 실직자 문제가 갑자기 심각해졌다면 이 문제와 대책이 무엇인지에 대해 미디어의 관심이 뜨거워지겠지요. 정부에서는 관련된 예산을 책정하고, 있던 예산이라도 쥐어짜서 뭐든 해보려 할 겁니다.어떤 주제에 대해 사람들이 잘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는 대개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잘 되어 있거나, 관심이 없기에 많은 개선이 필요할 경우입니다. 미국의 장애인 복지는 개선이 필요한 전자입니다. 사회보장법에 따라 금전 혜택을 주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서비스는 일상생활 속에 녹아 있기에 미국의 장애인 복지가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사진 출처: Thomson’s article from The Seattle Times, thepicture was taken by Erika Schultz, retrieved from http://seattletimes.com/html/education/2009555657_deafacademy28m.html


실생활 속에서 느끼는 장애(인)에 대한 체감은 한 사회가 장애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의 반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주로 생활 터전이 학교와 사회서비스 기관이다 보니 그 중 몇 몇 경험을 나눠보겠습니다. 아담(가명)은 박사과정 5년차입니다. 아담과 함께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아담은 장애인 복지법 (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이 교육기관에 미치는 혜택을 받고있었습니다. 장애인 복지법은 장애인을 교육 기회에서 차별 받지 않도록 합니다. 아담은 아름다운 두 여성과 늘 함께였습니다. 수화로 수업내용을 통역해주는 봉사자들이었습니다. 장애가 있는 학생이 특별한 케어가 필요할 때 교내에 있는 장애 서비스 기관에 연락하면 이와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그 교실 안의 누구도 아담을 불편하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통역해 주시던 그 분들도 몇 주 지나자 수업의 일원으로 느껴졌습니다.


장애가 있는 한 개인이 공공혜택이나 사회서비스를 받으러간다고 해도 역시 장애인 복지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장애 때문에 이용하고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해서는 안 된다는 법이 현장에서도 잘 지켜지는 편입니다. 빈곤층에게 지급되는 현금보조의 경우 이미 선별적인 복지 안에 또 다른 선별적 배려가 들어 있습니다. 현금보조 혜택을 받으려면 반드시 일할 의무가 있는데, 장애인을 위한 예외 사항들이 있는 것입니다. 장애정도나 상황에 따라 이 의무를 면제해 주고, 직업 재활 과정에 필요한 부가적인 훈련과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수혜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 법이 얼마나 잘 지켜지냐인데 이 법은 우선적이고 포괄적이기에 현금보조를 신청하러 온 모든 사람들이 장애 때문에 특정한 배려와 서비스가 필요한지 평가하는 것은 서비스 제공자에게 필수적인 절차입니다. 한편, 사회서비스 기관도 장애인들의 서비스 접근의 어려움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법의 영향력 하에 미국 사회복지 기관에는 TTY(a Tele Typewriter)라는 유선통신 기계가 구비되어 있습니다. 청각 장애인이 도움이나 정보를 요청했을 때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반드시 청각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어떤 장애의 누가 오더라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사진 출처: Bazelon Center for Mental Health Law. Retrievedfrom 

http://www.bazelon.org/Where-We-Stand/Access-to-Services/TANF.aspx


장애인이라는 것은 혹은 장애인이 된다는 것은 편견의 대상이 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장애를 바라보는 전통적인 시선에는 편견이 깊숙히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죄의 결과물로 보거나 병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컸습니다. 물론 병으로 장애를 얻는 분들이 있지만, 장애인이 병자는 아닙니다. 지속적인 치료나 재활이 필요할 수는 있더라도 말입니다. 장애인을 비정상으로 보는 시선들도 있습니다.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라는 소설을 보면, 베로니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신병 때문에 정신병원에 갇혀 지냅니다. 베로니카가 읊조리는 말이 있는데, 사람들은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데 굉장한 에너지를 쏟고, 다수가 특정 소수를 비정상으로 규정하면, 그 소수는 어쩔 수없이 비정상인 집단이 된다는 내용입니다. 장애를 규정하는 가장 최근의 모델은 이러한 전통적인 장애관을 뛰어넘어 장애인 역시 강점을 가진 한 인간으로서 독립적이고 권리를 가지는 사회구성원이라는 시각을 강조합니다1). 단지 사회의 차별과 시선 때문에 생기는 부가적인 장벽과 어려움은 계속해서 극복해나가야 하는 과업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말입니다. 이러한 일명 “장애 모델”은 장애인을 이상하거나 비정상인 개인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가진 사람으로 보는데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진 출처: http://barbarabrenner.net/?p=354


미국 문화는 한국에 비해 장애로 인한 다양성과 차이에 익숙하고 조금 더 성숙한 것 같습니다. 다양성과 차이라는 관점으로 장애를 바라보면 장애는 다름이고,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장애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특히 장애 중에는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것들도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가진 사람을 정의한다고 하면, 신경질을 많이 내는 사람이나 키가 너무 큰 사람은 장애인일까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그리고 특히 노후에 장애를 가지게 된다고 합니다. 저 역시 몇년 전 갑자기 눈에 문제가 생겨 미국에서 응급수술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수술로 완치되었지만, 그 이후 평소에 하지 못했던 생각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장애인이 될 가능성이 높을까? 생각하던 중 저는 이미 장애인이었다는 생각에 웃음이 났었습니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하는 외국 학생의 삶 자체가 미국에서 장애인과 다를 바 없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고 어디가든 튀는 외모입니다. 그렇지만 외국 학생들은 장점도 많습니다. 말이 안 되면 글을 더 잘 쓰게 되고, 말을 많이 못하는 만큼 더 듣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불편할 수는 있지만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겪어보지 못한 삶의 경험이 있고, 어려움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얻은 교훈이 있을 것입니다.


장애인을 위해 혜택을 주는 것도 필요하고, 재활도 필요하고, 일터에서 차별방지와 권익보호도 필요합니다. 이는 미국 장애인 복지가 가장 중점을 두는 사안이도 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장애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에서 나오고, 태도에서 가능해지는 것 같습니다. 장애인을 동네 아저씨고, 친구고, 아는 사람,내 옆을 지나가는 행인 중 한 명으로 대할 수 있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제공할 수 있는 한 종류의 장애인 복지인 것 같습니다. 우리 동네 아저씨는 약간의 배려가 필요한 동네 아저씨셨습니다. 눈을 안 마주치고 있어 제 말을 못 들으셨다면, 다시 말 해 드려야 하니까요. 그리고 장애인의 불편과 어려움을 덜어주는 것이 복지 정책이 담당해야 하는 몫인 것 같구요. 즉, 내 옆을 지나가는 행인이기에 어려움이 없도록 도와야 하겠지요. 장애인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섞여 살아 갈 때 그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우리 자신이어서는 안됩니다. 미국의 장애인 복지도 앞으로 더 이러한 사회적 성숙을 함께 고민해나가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


참고문헌

Kaplan, D. The definition ofdisability. Retrieved from http://www.accessiblesociety.org/topics/demographics-identity/dkaplanpaper.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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