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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 복지칼럼] 나의 작은 재능이 필요한 곳이라면

복지로 2017. 1. 19. 10:34
[스타의 복지칼럼] 나의 작은 재능이 필요한 곳이라면

 

 

 

 

 

 

 

 

- 신영일(아나운서)

 

직업 특성상 행사 사회나 특강 문의가 자주 들어온다. KBS에 소속되어 있던 시절에는 외부 일을 하려면 회사의 허락을 받고 공문처리가 된 이후에 할 수 있었지만 프리랜서인 지금은 오로지 내 자신이 그 일을 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물론 섭외가 들어온 날짜에 스케줄이 비어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이지만 행사나 강의의 성격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하는 일만큼 수입이 생기는 입장인지라 그 일을 했을 때 얼마만큼 사례를 받는지도 빼놓을 수 없는 체크포인트이다. 일정이 가능해도 터무니없이 작은 금액을 제시하는 경우 그날 시간이 안 된다는 핑계로 거절하는 요령도 생겼다.


  하지만 이런 노하우(?)가 적용되지 않을 때가 있다. 복지단체나 자선단체에 서 섭외가 오는 경우이다. 그런 곳에서 연락하는 분들은 대체로 목소리에 미안함이 묻어난다. 섭외비용이 일반적인 기준에 크게 미 치지 못함을 알기에 괜히 연락해서 상대를 마음 상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에서다. 그렇지만 나는 이런 경우 제시한 금액 에 대해 토를 달지 않고 시간만 맞으면 해드리고 있다. 주변에 거액을 선뜻 좋은 곳에 기부하는 분도 있는데 그렇게 하지는 못할망 정 나의 재능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고 그곳이 힘들고 소외된 이웃을 돌보고 나눔을 실천하는 단체라면 조건을 따지며 섭외에 응할 지를 고민하는 건 나 자신에게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알려진 자선단체나 복지단체 관련 일들은 거의 다 해본 듯하다. 특히 한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에 섭외가 몰리기 마련이지만 확실히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는 느낌도 좋다. 행사나 강의가 끝나고 수고 많으셨다며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네는 분의 손을 잡으면 그렇게 따뜻할 수 없다. 좋은 기운을 받고 가는 것 같아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한결 더 가볍다.

 


  행사 진행을 하다 보면 별일이 다 생기는데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몇 년 전 어떤 자선 단체의 연말 행사였다. 후원자들을 초대해 제법 큰 규모로 진행됐는데 행사 막바지에 경품 추첨을 할 때였다. 꽤 큰 선물이 걸린 마지막 추첨에서 부모와 함께 온 남자 초등학생이 당첨된 것이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뛸 듯이 기뻐하며 한달음에 무대로 올라왔는데 소감과 함께 혹시 받은 선물을 기부할 생각이 없는지 물었다. 행사 성격상 마무리가 훈훈하면 좋을 것 같아 즉석에서 던진 질문이었는데 그 아이는 굳은 표정으로 자기가 당첨됐으니 자기가 가질 거라고 힘주어 말하는 것이었다. 상황이 예상 밖으로 전개되자 같이 나온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기부하라고 얘기했지만 아이는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어머니의 설득(?)에 못이긴 아이가 풀죽은 목소리로 기부하겠 다고 약속했지만 이미 어색해진 분위기를 바꾸진 못했다.


  당시엔 그 아이가 왜 고집스럽게 욕심을 부렸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선물을 줬다 빼앗은 것 같 은 내 질문의 경솔함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나의 진행이 그 아이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기를 바라며 이때의 경험은 나 스스로를 좀 더 배려하는 진행자로 만들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자선단체나 복지단체도 많은 이들의 도움과 관심이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듯 많은 경험이 쌓여야 좋은 진행자도 만 들어진다. 벌써 방송을 시작한 지 20년째이다. 이제 나의 경험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기꺼이 나눌 것이다. ‘재능기부’라는 단어 가 익숙해진 지금, 작은 재능이나마 원하는 곳이 있다면 주저 없이 연락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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