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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눔'의 시작은 꾸준히 관계 맺기에서부터

복지로 2016. 8. 17. 16:10
  [칼럼] '나눔'의 시작은 꾸준히 관계 맺기에서부터

 

 

- 전미선(배우)

세계적 관광지로 유명한 태국 치앙마이에 ‘비엔향’이라는 빈민가가 있다.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곳만 가면 아름답고 풍족해 보이지만 그것은 큰 숲에서 나무 한 그루만 본 것과 다르지 않다. 비엔향은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시설조차 턱없이 부족한 원주민 빈민가다. 2012년, 그곳에 처음 갔을 때 그곳 주민들의 비참한 상황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 시설은 전무했다. 주민 등록 시스템도 없어 제대로 된 정부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살고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그곳에서 만났던 천진한 아이들의 얼굴이 줄곧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또다시 갔다. 그 두 번째 방문에서 복지 시설 건립을 추진해야겠다고 결심했고, 한국에 돌아와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일일이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하고 아동 결연 참여를 독려했다. 그 결과, 이번에 마침내 그곳 지역 아동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는 영유아보육지원시설 ECCD센터가 세워지게 되었다. 공사 착수부터 완공에 이르기까지 지난 1년이 고스란히 떠오르면서 얼마나 감격스럽고 뿌듯하던지.

 


지난 9월, 완공된 ECCD센터를 보기 위해 세 번째로 비엔향을 방문했다. 개발도상국 아동 후원 단체인 플랜코리아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에게 교구를 나눠주고 다양한 수업도 진행했다. 아이들과 함께 센터를 아기자기하게 꾸미고, 아이들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잘라주기도 했다. 세 번째 방문이어선지 다행히 아이들이 나를 낯설어 하지 않고 반겨줬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아도 눈빛을 통해 서로의 진심을 확인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사실, 하루나 이틀 일정으로 시설을 방문해 아이들을 돕는 것은 자칫 봉사자의 자기만족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고등학생이었을 때, 옷을 준비해서 친구들과 고아원 시설을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그곳 관계자가 “정기적으로 방문할 계획이 없다면 오히려 오지 않는 편이 낫다”라고 하셨다. 당시에는 어린 마음에 당연히 “자주 올 수 있어요!”라고 자신 있게 말했지만, 결국 대입을 준비하고 대학 생활에 바쁘다 보니 그 말을 지키지 못했다. 아직도 그때 그분의 말씀이 가슴에 남아서 내 나름의 나눔 원칙이 되었다.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으니 문득 ‘행복이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과연 행복일까? 앞으로도 모든 아이들이 빈곤이나 기아의 고통 없이 해맑고 순수하게 자라는 환경을 만드는 데 적극 동참하고 싶다. 한편에선 국내에도 어려운 아동이 많은데 굳이 해외 아동까지 도와줘야 하느냐는 시선도 있지만, 도와주는 마음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유를 막론하고 나눔이란 내 삶과 동행하는 것, 나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년에 또다시 비엔향을 방문할 것이다. 그때는 초등학생이 되는 아들도 데리고 함께 갈 것이다. 나눔이나 봉사는 전혀 특별하지 않은 것이다. 아니, 특별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마치 별일 없이 지나가는 일상의 한 부분처럼 지친 옆 사람의 손을 이끌어 함께 하는 것. 그렇게 자연스러운 나눔이길 희망한다. 내 아들도 ‘아무렇지 않게’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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